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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과는 달리 부부는 유일하게 선택으로 만난 가족 구성원이다. 외롭고 힘들 때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아름다운 인연, 남편과 아내. 하지만 사랑으로 만난 부부라 할지라도 두 사람 사이에 언제나 '평화'만 깃들이는 건 아니다.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오해와 마찰 때문이다. 남편도 아내도 몰랐던 부부어 사전. 한참 연애 중인 미혼남녀라면 더더구나 필독할 것. 

 

 때로 무릎이 꺾이기도 하는 인생의 먼 길,
그 길을 마음으로 함께 하는 부부의 모습은 아름답다.


◇ 남편과 아내의 언어는 외계어처럼 다르다

“남자는 자신의 독자성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여자는 관계와 친밀함을 창출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데보라 태넌)

남자와 여자는 외국인이나 외계인만큼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산다. 같은 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여자와 남자가 영문도 모른 채 다투고 헤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같은 말을 서로 다른 목적과 의미로 사용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심각한 사실은 아내와 남편은 함께 살면서 매일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목적과 의미를 가진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가령 '관계'라는 말만 해도 남편과 아내는 그 뜻을 전혀 다르게 이해한다. 남편에게는 '확인해야 할 절차'지만 아내에게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유대'를 뜻한다.

대부분의 남편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와 아이들을 찾는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과 자신의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마치 경계병이 자신의 초소로 접근하는 물체를 향해 암구호를 묻는 절차처럼 말이다. 확인 절차가 끝난 남편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신문, TV, 컴퓨터 앞으로 이동해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관계를 확인했으니 이제 안심하고 자신의 일에 몰두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아내는 불만이다. 하루 종일 떨어져 소원했던 남편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복원하고 싶은 것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역시 가벼운 대화와 스킨십이 필요하다. 아내는 이제부터 대화를 통해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싶은데 남편은 컴퓨터 속으로 달아난다. 줄행랑 남편을 팔짱 낀 아내가 노려본다.

 

“당신, 나랑 이야기 좀 해요.
“좀 있다가. 지금 좀 바빠.”
“뭐가 그렇게 바쁜데? 그게 나보다 더 중요해?
남편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돌린다. ‘절차가 끝났는데 뭘 또 확인하라는 거지?' 남편의 얼굴에는 귀찮음과 짜증이 반씩 섞여 있다.

말해 봐.
남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내는 이미 김이 샌다. 마음은 컴밭에 가 있는 남편과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아내는 샥 돌아선다.
됐어요.

아내의 ‘됐어요'라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남편은 처음에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바보가 아니더라도 경험은 가장 좋은 학교다. 남편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은 아내 곁으로 가서 앉는다. 남편으로서는 나름 성의를 보이는 셈이다.

“무슨 일인데…. 애 때문이야?”
남편의 태도 때문에 아내는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린다.
“아니, 그게 아니고 말야…. 오늘 요가를 조금 늦게 갔는데… 내가 오늘 당번이었거든… 그런데 강사가 화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거야… 아니 내가 무슨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별일 아니다. 아내는 항상 이런 식이다. 이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려고 바쁜 나를 찾았단 말인가. 백상예술대상 영화제에서 참석한 여배우들 사진 보느라 바쁘신 이 몸을. 남편은 벌써 지겹다. 언제 끝나려나. 들썩이는 엉덩이를 누르며 남편은 건성으로 맞장구를 친다. 그걸 아내가 모를 리 없다.

당신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듣고 있어.
“듣기 싫으면 싫다고 해.
“누가 싫다고 했어?”
“됐어요. 가서 여배우 드레스 구경이나 마저 하시지.”
“여배우는 무슨…. 내가 워낙 영화를 좋아하잖아.”

남편은 가장 좋은 학교에서 배운 교훈도 잊는다.
“특별히 할 말 없으면….”
“이기주의자, 속물!”
당신 화났어?
“아니, 화 안 났어!”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누가 소리 질렀다고 그래. 나 소리 안 질렀어.”
아내는 화를 내지만 남편은 아내가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남편 노릇하기 정말 힘들다.' 그래도 남편은 아내를 달랜답시고 아내를 안으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을 밀치며 꾹 노려본다.
건드리지 마.

 

자신의 호의가 거절당한 남편은 무안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다시 아내를 안는다.
“사랑해.”
남자는 정직하게 말한다. 여자처럼 반어ㆍ생략ㆍ상징ㆍ은유로 말하는 법을 남자는 모른다. 남자가 배고프다거나 피곤하다고 말하면 정말 배가 고프거나 피곤한 것이다. 남자가 다르게 말할 때는 오직 “사랑해”라고 말할 때뿐인데 그것은 ‘잠자리에 들고 싶다'는 뜻이다. 남편은 정말 진심으로 아내를 안으며 말한다.
사랑해. 사랑한다니까.


◇ 서로의 언어를 알면 사랑도 커진다

다른 관계와 마찬가지로 ‘부부관계' 역시 남편과 아내는 다른 목적과 의미를 갖고 사용한다. 남편은 아내와 자신의 관계를 확인하는 하나의 절차로 여기고 아내는 남편과의 관계를 더 친밀하게 유지하는 지속적인 행위로 여긴다.

 

데보라 태넌이 남녀의 언어에 대해 했던 말은 ‘부부관계'로 바꿔서 말해도 여전히 즐거운 통찰을 준다. “남자는 자신의 독자성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부부관계를 사용한다. 그러나 여자는 관계와 친밀함을 창출하기 위해 부부관계를 사용한다.”

사랑하면 더 알고 싶고, 알면 더 사랑하게 된다. 20년을 함께 산 부부도 여전히 서로에게 미지의 존재다. 아직도 오해하고 다투고 미워하고 사랑하니까 말이다. 오늘 밤엔 서로의 부부관계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이 부부가 했던 말, 원래는 이런 뜻

위의 상황에서 남편과 아내가 했던 말 중 굵게 표시되어 있는 말들은 원래 다음과 같은 뜻이다. 이 부부가 부부어 사전을 알고 있었더라면 관계가 험악해지지 않았으련만….

나랑 이야기 좀 해요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수다를 좀 들어줘야겠어요
지금 좀 바빠 : 난 항상 바빠. 제발 날 좀 내버려 둬.
그게 나보다 더 중요해? : 당신 제 정신이야?
말해 봐 : 말해 봐. 결론부터.
됐어요 : 나 화났어요.
당신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 당신은 언제나 날 무시해. 이렇게 사느니 우리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을 거야.
듣고 있어 : 듣고 있어. 귓등으로.
싫으면 싫다고 해 : 설마 싫다고는 못 하겠지.
당신 화 났어? : (화난 거야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남편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나도 모른다)
건드리지 마 : 지금 그럴 기분 아니야. 도대체 당신은 왜 내가 감정이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야.
사랑해 : 같이 있고 싶어.
사랑한다니까 : 같이 있고 싶어 미치겠다니까.

※ 잡은 물고기에 대한 오해 _ 미혼남녀의 '관계'

‘관계'는 남자와 여자가 연애할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오해 가운데 하나다. 가령 남자가 여자를 더 좋아한다. 먼저 만나자고 한다. 돈도 아끼지 않는다. 집에도 바래다준다. 자주 전화하고 문자도 보내고 꽃이며 선물도 빠뜨리지 않고 기념일도 잘 챙긴다. 이런 남자의 정성에 감동해서 여자는 남자를 애인으로 받아들인다. 이 순간 묘한 반전이 일어난다.

여자의 마음

여자는 이제 본격적인 연애를 해보려는데 남자는 어째 심드렁하다. 전화도 드물어지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든다. 어떻게 된 일일까? ‘잡은 물고기에게는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인가. 여자는 당황한다.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른다. 그토록 자신에게 잘해 주던 남자가 왜 갑자기 딴 사람처럼 구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남자의 마음

남자 쪽 사정은 이렇다. 남자는 그동안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생활을 많이 희생 했다. 일도, 친구도, 가족도, 취미생활도 모두 유보해 놓고 여자에게 몰두했다. 그래서 여자 로부터 애인의 관계를 얻은 것이다. 관계를 확정 지은 것이다. 이제 남자는 안심한다. 비로소 남자는 그동안 밀쳐 두었던 자신의 생활을 하러 떠난다. 일도 좀 챙겨야 하고, 친구 들 모임에도 나가야 한다. 관계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다.  


좋은 배우자는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

자신과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배우자로 만난 사람과 잘사는 일이다. 좋은 배우자는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 먼저 노력하는 나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그것이 인생의 진리이다.


◇ 부부가 함께 알아두면 좋은 '부부어 사전'
 



아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같은 말. 남편이 아내와 이혼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다 밥 때문이다. 아내가 사랑에 약하다면 남편은 밥에 약하다. 남편에게는 밥이 곧 사랑이다. 

사랑

남편이 쓰는 ‘밥'과 같은 말. 남편이 밥에 목숨 거는 것처럼 아내는 사랑에 약하다. 그 못난 사랑 때문에 아내는 미운 남편에게 더운 밥을 해 먹인다. 아내에게는 사랑이 곧 밥이다.

5분
집안일을 안 하려는 남편이 잠깐만 쉬겠다고 말하는 시간. 남편의 머릿속 시간과 바깥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그 바깥의 시간에는 한 시간 전부터 개수대에 쌓인 그릇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아내가 살고 있다.

어디야?
아내가 남편에게 가장 많이 보내는 문자메시지. 아내의 질문은 풍수를 묻는 것이다.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그 처지와 입장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적어도 그날 남편의 운명은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여자야?

아내가 남편에게 두 번째로 많이 보내는 문자메시지. 누구랑 같이 있는지를 묻는 문자. 남편 에게 유부남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확인시키는 효과가 높다.

술집
회사와 집 사이에 있는 섬. 회사에서는 팀장이 등에 붙어 있고 집에서는 남편과 아빠가 머리와 어깨에 올라타 있어 남자는 늘 숨이 차다. 회사와 집 사이, 팀장도 남편도 아빠도 모두 내려놓고 '그냥 남자'로 한 시간 반쯤 쉬다 가고 싶은 섬.

기적

남자가 남편으로 변하는 일. 스프가 반으로 갈라지거나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는 사건이 아니라 아내보다 일찍 귀가한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저녁 챙겨 먹고 설거지하고 집안 정돈하고 아내를 기다리는 일.

일요일 오후 2시
남편은 좀 게을러져도 좋다고 생각하는 시간. 아내는 집안 청소를 본격적으로 시작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시간. 

상처

가까운 사이에서 더 잘 생기는 다친 자리. 가족은, 부부는, 너무 가까운 사이라서 너무 사랑하는 사이라서 더 자주 더 큰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러고는 금세 서로를 불쌍하게 여긴다.


아내에겐 너무 많고 남편에겐 전혀 없는 어떤 것.


남편에게는 쉬는 곳. 바깥에서 늘 긴장하며 지내느라 곤두서 있는 신경의 스위치를 잠시 꺼 두는 곳. 반면 아내에게는 사는 곳. 항상 새로워야 하고 활기가 넘치고 생동해야 하는 곳.

운동
남편이 무서워하는 것. 그러나 남편이 더 무서워하는 것은 함께 운동하자고 조르는 아내.

대화

여자 사이에는 넘치고 남자 사이에는 전혀 없는 어떤 행위. 대화는 여자의 본능. 여자의 대화는 청각뿐 아니라 시각도 사용해 들어야 한다. 말할 때 그들이 짓는 섬세한 표정과 풍부한 제스처 는 얼마나 다양하고 창의적인지 모른다. 반면 남자 사이에는 대화는 없고 그저 지시나 연설이 있 을 뿐이다. 남자는 어떤 모임이든 서열을 짓는다. 넘버원이 있고 투가 있고 쓰리가 있다. 남자들 사이의 대화란 대개 마이크를 독차지한 넘버원의 연설이기 십상이다.


- 글

김상득 / 듀오 기획부장, <남편생태보고서>ㆍ<대한민국 유부남 헌장> 저자